[쉼-息]/빈자의 양식

쓰러진 나무

그러한 2008. 5. 15. 13:28

 

쓰러진 나무

- 나 희 덕


저 아카시아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 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
제 몸으로 받아낸 떡갈나무,
사람이 사람을
그처럼 오래 껴안을 수 있으랴

잡목숲이 아름다운 건
두 나무가 기대어 선 각도 때문이다
아카시아에게로 굽어져 간 곡선 때문이다

아카시아의 죽음과
떡갈나무의 삶이 함께 피워낸
저 연초록빛 소름,
십 년 전처럼 내 팔에도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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