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나누고 싶은 글

세상의 모든 아침

그러한 2008. 4. 29. 13:43

 

 

목이 마를 때 물을 찾듯이 우리는 영혼의 갈증을 느낄 때면
평원이나 들판으로 걸어나간다.
그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는 홀연히 깨닫는다.
혼자만의 시간이란 없다는 것을.

대지는 보이지 않는 혼들로 가득 차 있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곤충들과 명랑한 햇빛이 내는 소리들로
가득 차 있기에. 그 속에서 누구라도 혼자가 아니다.
자신이 아무리 혼자뿐이라고 주장해도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원의 한 오솔길에서 귀를 귀울인다.
부산한 소리들 너머에서
평소에는 듣지 못하던 어떤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그것을 강의 소리라고도 하고
신성한 산의 소리라고도 한다.
그 소리는 곧 자기 자신의 소리이며,
위대한 정령의 소리다.

물론 우리 인디언들 사이에도 문명인들처럼
자기가 그 신성한 산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누구나 두려움을 헤치고 자기희생을 통해
그 산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각자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다.

그가 인디언이든 아니든,
누구나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도 자주.
특히 이른 아침이면 홀로 깨어
평원에 어리는 안개와
지평의 한 틈을 뚫고 비쳐오는 햇살 줄기와 만나야 한다.
어머니인 대지의 숨결을 느껴야 한다.

가만히 마음을 열고 한그루 나무가 되어 보거나
꿈꾸는 돌이 되어 봐야 한다.
그래서 자기가 대지의 한 부분이며,
대지는 곧 오래 전부터 자기의 한 부분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인디언 천막을 열면 들판으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 델라웨어 족(인디언부족)의 '상처 입은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