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무르티(K)/K 글모음
그 곳에 도로를 수선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러한
2008. 5. 3. 14:43
그 곳에 도로를 수선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곡괭이가 나였다.
그가 두들겨 깨고 있는 돌멩이가 바로 나의 한 부분이었다.
부드러운 풀대궁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 옆에 서 있는 나무가 나였다.
나는 거의 그 도로수선공처럼 생각하고 느꼈으며
나무 위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고,
풀대궁에 매달려 있는 작은 개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새들, 떠도는 먼지, 소음 그 자체까지도 나의 한 부분이었다.
바로 그 순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차 한 대가 지나갔다.
나는 그 운전사였고, 엔진이었으며, 바퀴였다.
그 차가 내게서 멀리 사라져감에 따라
나도 나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나는 모든 것 속에 있었다.
아니, 그 보다는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산과 벌레들과
숨쉬는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있었다.
하루 종일 나는 이런 행복한 상태 속에서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