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2008. 5. 17. 13:12

 

나무의 시

 

- 아들 미륵이에게

 

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