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짠차 문답] 법(法)이란 무엇입니까?
문 법(法)이란 무엇입니까?
답 법(연기, 인과, 진리)은 어디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은 주인이 없습니다. 세계가 모습을 드러낼 때 법은 세계 속에서 생동하지만 진리로서 홀로 존재합니다.
법은 그대의 눈길 닿는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집을 짓든, 걸어가든, 화장실에 앉아 있든 이 모두가 법 그 자체이지요. 법은 언제나 여기에, 변함없이, 무한하게, 법을 찾는 이들을 위해 있습니다. 법은 마치 지하수와 같습니다. 누구든지 샘을 파면 물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샘을 파든 안 파든 물은 항상 거기, 지하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법을 구함에 있어, 우리는 너무 먼 곳으로 찾아 나서고, 지나쳐 버리고 본질을 간과해 버립니다. 법은 오랜 항해 끝에 망원경을 통해 발견되는,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법은 바로 여기에 있으니,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고, 우리의 진정한 본질이며, 진정한 자신이니 곧 무아(無我)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본질을 바로 볼 때,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아무런 갈등도 없게 됩니다. 선과 악, 즐거움과 고통, 밝음과 어두움, 나와 남, 이 모두가 실체가 없는 비어 있는 현상들일 뿐입니다. 이러한 본질을 알게 되면 나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유로워집니다.
무릇 수행이란 버리기 위한 것이지 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포기하기 전에 몸과 마음의 참 성질을 알아야만 합니다.
그때에 비로소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 무엇도 내가 아니고 나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무상합니다. 열반이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열반을 구현한 이는 나라든가 나의 것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생각을 한다면 열반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꿀의 단맛을 알되 자신이 꿀의 단맛을 맛보고 있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즐거운 일이 생기더라도 비어 있는 것으로 보십시오. 괴로운 일이 일어나도 그것은 그대 자신이 아님을 이해하십시오. 모든 것은 소멸하고 마니까요. 모든 현상을 자기 자신인 듯이, 혹은 자기가 그 소유주인 듯이 여기지 않게 되면 마음은 균형[中道]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균형이 바로 붓다의 정법(正法)입니다. 이때 균형을 잡아 주는 받침대가 바로 집착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명료하게 볼 수만 있다면 순간 순간의 모든 경험이 다 법인 것입니다. 즐겁거나 괴로운 일 그 모두가 실체가 없는 것이며, 이 세상 어떤 것도 본질적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통찰하고, 단지 보겠다는 마음만 지니게 되면 그대는 가장 사소한 사물 속에서도 붓다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