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큰 바퀴
그 언덕 위에 내 집은
서 있다 언덕의 나무들과 새와
그토록 많은 곤충들의 집 위에
내 집은 서 있다 저녁시간이 만드는 한없이
투명한 강 위에 이름붙일 수 없는
그 무엇 위에
나와 오래된 집은 서 있다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내 집은
저녁에 나무들 사이에서 나를 본다
나는 나무 뒤에 숨어서 내 집을 지켜본다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아름다워 보일 만큼 거리를 두고
나무들 사이로 서로 바라보는 일
그리고 나는 지붕을 올려다본다 내 집의 지붕과
그곳에서 돌고 있는 바퀴 하나
내 머리 위에 있다 무엇의 바퀴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집들 위에 세워진 내 집의
넓은 지붕 위 그것은 그림자차럼 돌고 있다
때로 구름 뒤에 얼굴을 감추기도 한다
그것은 왜 그토록 눈부시고 무슨 밀어올리는
힘이 있어 그것을 모든 지붕에 올라서게 하는가 바퀴는
저의 돌아가는 힘으로 돌들을 강으로 나르고
강을 더 먼 바다로 밀어보낸다
아직 때가 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집 밑에서 기다리는 곤충들을 위해
손을 흔든다 지는 해를 등지고 서서 그 다음 그들에게
설탕을 던져 준다 날이 어둡기 전에 될수록 많이
눈을 뜨면서 나는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얼마만큼 거리를 갖고 지붕 위의 바퀴를
숨어 볼 수는 없다 바퀴는 벌써 내 안에 있고
매일 저녁 나는 내 집의 숲과 그 너머 강물들 위로
바퀴의 그림자가 누워 천천히 돌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기적처럼 구름과 강물과
수많은 곤충들이 어디론가 움직여 가고 있다
땅 속의 감자들처럼 하늘에도 어떤
둥근 뿌리가 있어 안개에 부풀고
저녁별들에게로 얼굴을 내어미는 곳 그곳에서
바퀴는 무엇을 노래하는가 내 몸은 가벼워져서
어느날 나도 그곳으로 올라갈 것이지만
매일 저녁 어김없이 나는 내 곤충들을 위해
수백 자루의 설탕이 필요하고 그 곤충들 위에
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