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조용한 이웃

그러한 2008. 6. 28. 13:16

 

조용한 이웃

- 황인숙


부엌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끔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딱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히 많고 본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