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행복한 물고기

그러한 2008. 6. 28. 13:57

 

 

행복한 물고기

 

나는 내 안에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물고기는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내 안의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고

때로는 날개 없이 하늘을 날기도 한다.
물이 부족하면 나는 물을 마신다.
내 안의 물고기를 위해. 내가 춤을 추면 물고기도 춤을 춘다.
내가 슬플 때 물고기는 돌틈에 숨어 눈을 깜박이지도 않은 채 나를 응시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난다 해도 나 자신으로부터는 달아날 수 없는 것.
날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안의 물고기를 행복하게 하는 일.
나는 내 안에 행복한 한 마리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


-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