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림베로 - 2

그러한 2008. 7. 12. 12:47

 

방가Banga를 거치고 무유카도 지났다. 방가에는 코피온단원 두 명이 활동 중인데, 다음에 다시 시간을 내서 들러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대강 위치만 봐두고 지나간다. 운전사 옆자리에 경찰이 타고 있어서 그런지 검문도 거의 형식적이고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런 이유로 운전사들은 군인이나 경찰을 앞자리에 많이 태운다고 한다.

잠시 서는가 싶더니 바로 출발해서 뭬아Muea를 지나니 바로 붸아 버스정류장인 마일-17이 나온다.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인 닭고기 소야를 하나 사서 먹고 있으니 이내 무텡게네 삼거리가 나온다. 보통 이 곳에서 손님을 태우느라 좀 오래 기다리는 편이다. 무료함이나 달랠까 하고 볶은땅콩 작은봉지 하나를 사서 오니까 웬일인지 바로 출발한다고 한다. 이럴 때는 완행버스가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창 밖으로 보니 언뜻 바구니를 지고 지나가는 여인이 보인다. 대나무로 엮은 바구니에 무거운 물건을 담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보통은 끈을 앞이마로 지탱하고 등에 받쳐서 힘들게 가는 모습이 좀 답답해 보인다. 멜빵끈을 2개 달아서 등에 지고가면 훨씬 수월할텐데 말이다. 그 사이에 승객의 짐으로 긴 파이프 몇 개를 버스지붕에 실은 차는, 오후 4에는 림베에 도착했다.

 

갈증도 나고 배가 고프기도 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봉지에 넣어서 파는 파파야를 사서 먹으면서 호텔까지 걸어갔다. 한국에서는 이름만 들어보던 열대과일을 길에서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것도 카메룬에 와서 좋은 점 중의 하나이다. 호텔요금은 휴양지라서인지 다른 도시에 비해 좀 비싼 편이지만 시설에 비해서는 그리 과한 편도 아니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이름도 제법 낭만적 - Bay Hotel – 으로 붙인 것 같다. 요금으로 5,000세파를 지불하고 거리를 둘러 보러 나섰다.

어시장 근처에는 그물과 각종 어구를 정리하는 사람들, 말린 고기를 손질하는 여인들, 작은 물건들을 팔러 다니는 아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구운 옥수수를 하나 사서 먹으면서 모래사장 위를 걸어보았다. 작은 배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는 모습이 마치 사열을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가지런하다. 한발자국씩 옮기면서 하나하나 살펴보니, 갖가지 원색으로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고 저마다 의미있고 소망이 실렸을 법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해서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가장 절실한 것이리라.

세월과 파도에 부식된 채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쇠로 만든 교각(?)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알고보니 노예무역이 성행할 무렵에 서구인들의 배가 정박해서 주민들을 노예로 팔기 위해 실어내던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 일을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자는 의미로, 다소 보기 흉하지만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해변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시내쪽으로 들어서니, 도로나 건물들이 단정하게 정돈되어있는 구역이 나온다. 교회와 유럽풍의 오래된 건물들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한 것 같다. 영국통치시절에 지었던 행정기관, 은행 등의 건물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역사의 현장에 서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내일 방문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식물원 뒷문이 보이길래 직원에게 개장시간과 요금 등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답해준다. 아들인 듯한 남자아이에게 사탕 몇 개를 건네주니까 무척 수줍어한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에 말할 수 없는 사랑이 실려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 곳에서 가장 큰 호텔 - Atlantic Beach Hotel – 이 자리잡고 있다. 대서양 바다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고 파도소리를 원 없이 들을 수 있는 만큼 요금은 무척 비싸다. 바위로 쉴 새 없이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돌아 나왔다.

베이호텔 앞의 로터리에서 림베강을 따라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식물원 정문이 보인다. 길 건너편으로는 작은 동물원도 볼 수 있는데, 주로 유인원을 많이 유치하고 있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종합운동장이 보이는데, 시설도 그렇고 관리도 잘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청년들 몇이서 축구를 하고 있어서 그나마 운동장 구실은 하고 있다. 길에서 200세파에 6개를 주는 망고를 좋다구나 하고 사서 호텔로 향했다.

 

저녁시간도 되었고 해서, 바로 옆에 붙어있는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 이름 - Black and White Restraunt - 이 도시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영국통치시절, 영국인들은 그들의 정책에 따라서 이곳을 아주 잘 정비된 도시로 만들려고 계획했다고 한다. 그래서 도로나 건물들이 잘 정돈된 느낌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닷가에 왔으니 생선요리가 좋을 것 같아서, 익힌 농어에 소스를 올리고 밥을 추가한 요리를 주문했다. 물론 맥주도 곁들여서 먹으니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 음식이 맛있다고 말하니까 웨이트리스가 무척 좋아한다. 그러면서 내일 노동절 기념행진이 종합운동장에서 있는데, 아침에 그 곳으로 오면 선물로 티셔츠를 하나 주겠다고 한다. 아침에 식물원에 갈 생각인데 그 근처니까 어쩌면 공짜로 티셔츠 하나를 얻을 수도 있겠다.

방으로 와서 디저트로 망고 3개를 먹고 나니, 말 그대로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씻고 잠시 쉬다가 11시쯤에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