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1일(화) : 야운데로 - 1
2001년 5월 1일(화) : 야운데로
- 두알라(
식물원은 크게, 각각 이름이 붙여져 있는 여러 개의 오솔길로 다니면서 산책할 수 있는 구역과 다양한 식물을 한 곳에 심어놓은 내부로 나누어져 있다. Boundary, Seawall, Seashore 등의 이름이 붙은 오솔길을 따라 가노라면, 시냇물처럼 흐르는 림베강을 지나서, 정글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은 숲이 이어지고,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멋진 방파제 길과 만나게 된다.
식물원 내부는 영국통치시절에 조성되었고, 양국간에는 지금도 연구의 목적으로 많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제법 규모가 큰 편이고 다양한 수종이 식재되어 있는데, 대체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쪽에는 2차대전 당시에 연합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서부아프리카 출신의 전사자 묘역이 조성되어 있어서 역사적 의미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식물원을 나서 호텔식당에 도착하니 벌써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서서 주유소 근처에 있는 택시 스탠드로 가니 이미
시내 외곽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와서 운전사가 바뀐다. 아마 같은 회사에 속해 있으면서 서로 역할분담이 되어 있는 듯 하다. 무텡게네 삼거리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는 제법 큰 규모의 시장이 서는 모습도 보이는데, 무텡게네오본Mutengene oBone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삼거리에서 두알라로 향하는 도로는 잘 포장되어 있는데, 양쪽 옆으로는 팜나무와 고무나무 플랜테이션 농장이 번갈아가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두알라에 거의 다 왔는지 경찰 검문이 있어 차가 �췄다. 운전사가 내려서 몇 마디 하고 오더니 이내 출발이다. 경찰에게 500세파를 주었다고 한다. 뒤를 보니 어떤 외국인이 운전하는 차도 멈췄는데 어떻게 다시 움직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중서부도시인 은콩삼바N`Kongsamba와 음방가Mbanga로 가는 길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붙은 갈림길을 지나고 조금 더 가서 차가 섰다.
두알라에 도착한 것인데, 보나베리 정류장에서만 내려봐서 이 곳은 좀 낯설다. 일단 롱쁘웽으로 가는 택시를 타려고 서 있으니까 시내로 간다는 차가 있다. 이 구간에 택시 이외에 또 다른 종류의 차가 다니는 줄은 몰랐는데, 요금도 100세파라고 하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올라탔다.
이 차는 일종의 시내버스라고 할 수 있겠는데, 소년차장도 있어서 꽤 능숙하게 승객들을 다루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승객들이 가득 차고, 그 후로는 더 이상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롱쁘웽을 조금 앞에 두고 모든 승객들을 내리게 하고 차는 방향을 돌리는 것을 보니 다시 정류장 쪽으로 갈 모양이다. 꽤 높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이내 알아볼 수 있는 롱쁘웽을 향해 걸어가면서 파파야도 한 봉지 샀다.
이제 야운데로 가는 일만 남았는데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다. 버스는 질리도록 탔으니 마지막 남은 구간은 기차로 장식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지난번에는 밤에 도착해서 건물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역건물은 아주 깨끗하고 현대적으로 지어져 있었다. 기차도 생각했던 시간에 있다고 한다. 2등석으로 표를 사서 차에 올라서니, 깨끗한 객실 내부에 많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바깥을 잘 볼 수 있는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1등석에 비해서 요금이 거의 절반인데 언뜻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좌석은 통로 양쪽으로 2좌석씩 마주 앉게 되어 있는데, 지난번 벨라보에서 야운데로 올 때와는 달리 안락의자형으로 되어 있어서 좀 낡긴 했지만 아주 편안하다.
파파야와 망고 하나를 마저 먹고 나니까 차가 서서히 움직인다. 얼마간 달리다가 쿵해Counghae라는 곳에서 잠시 멈추더니 이내 다시 움직인다. 창 밖으로 반은 늪지이고 반은 호수인 듯한 풍경이 계속 이어지는데, 중앙에 서있는 고사목들이 신비한 느낌마저 주고있다. 사나가강 위로 나있는 철교를 지날 때는, 마침 울리는 기적소리가 가슴 깊숙한 곳까지 전달되는 듯 했다.
한시간 남짓 지나서 에데아를 통과했다. 뒷자리의 승객들은 타자마자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더니 이미 얼큰한 분위기이다. 내게도 권해오는 것을 정중히 사양했는데, 한국기차에서의 비슷한 풍경이 떠올라서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객실 옆에는 화장실도 보이는데, 변기에 물은 내려가지만 개수대에는 물이 나오지 않아 좀 불편했다.
작은 역에 설 때마다 주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창으로 밀려든다. 마콘도Makondo에서는 미욘도Myondo 1묶음을 100세파에 살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싸다고 하면서 여러 묶음씩 산다. 미욘도는 바똥처럼 마니옥 가루를 잎에 말아 찐 것인데, 굵기가 훨씬 가늘어서 먹기가 좋다. 현지에서는 거의 주식처럼 먹은 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앞자리의 젊은 여자는 거의 시장을 보는 수준으로 매 역에 정차할 때마다 차창을 통해서 갖가지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만디얍Mandyab에 섰을 때는 너무 많은 물건을 사들여서,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부지런히 거들어줘서야 겨우 정리가 되었다. 남자가 거스름돈까지 챙겨주면서 “이곳이 시장이다”고 말해서 다들 한 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