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스님]왜 현상이 생길까?
마음 챙김에 대한 질의응답 50가지
수행 중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수행의 깊이와 수행자의 기질, 취향, 업, 의식 수준, 그리고 그 순간의 마음가짐에 따라 관찰 초점이 달라진다. 또한 미얀마의 마하시, 쉐우민, 참매, 모곡 센터와 티베트에서 보는 관점에 약간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수행자의 증상에 따라 유효적절한 처방전이 내려지기를 바라는 지나친 염려로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유사성을 정리해보았다.
이 장이 당신의 수행길을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고 듣고 느껴서 안 만큼밖에 쓸 수 없음이 사뭇 안타깝다. 그래도 거듭 읽어보면 양분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비추지만 대기설법(對機說法)이어서 질문자에 따라 대답이 다르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다른 답 속에서도 공통분모가 보일 것이고. “어떻게 수행할까?”를 곰곰이 사유하지 말고, 왜 수행하는지 수행 목표를 잊지 말고 보리심(bodhi-citta)도 챙기면서 하자.
Q 4념처(四念處 satipaṭṭhāna)의 대상인 몸, 느낌, 마음, 법 중에서 당신은 무엇을 대상으로 관찰하려는가?
A 처음엔 호흡을 관찰하다가 집중력이 생기면 몸 전체에서
① 정신이 산만하고 식욕이 강하며 이성을 갈망하는 이는 몸(kaya)을,
② 동작이 날쌔고 의심이 많은 이는 느낌(vedanā)을,
③ ‘나’가 있다는 그릇된 견해를 지닌 이는 마음(citta)을,
④ 관찰이 예리한 이는 법(dhamma)을
대상으로 관찰한다. 우리가 호흡을 알아차리면 그 느낌에서 마음도 덩달아 챙겨지면서 인과 작용까지 분명히 알게 된다. 즉, 몸·느낌·마음·법은 함께 동시에 있는 그대로 관찰되는 순간, 우리의 어둠을 밝혀줄 것이다. 당신이 뭘 대상으로 하든 일어나고 사라지는 데서 삼법인(三法印: 無常·苦·無我)를 분명히 보면, 지혜가 빛을 발해서 어둠이 싹 걷힌다.
Q 무명(無明 avijjā)을 밝히려면 어떻게 관찰할까?
A 관찰 대상이 변하려는 기미를 알아채고(卽觀) 변하는 과정을 보이는 대로 주시하되(隨觀), 샅샅이 꿰뚫어본다(直觀). 그리 몸소 체험하면 본래 모습이 보여서 진리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사성제(四聖諦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확실히 알게 되면, 확고한 믿음이 자리잡는다. 옳고 그름을 혼동할 때 우리는 악행을 하게 되나, 사성제를 모르는 결과 생겨난 사견으로 인해 혼돈스런 상태인 어리석음(moha) 역시 의도 없이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보인다.
Q 미리 지식을 습득한 후에 수행하면 마음이 의도하는 대로 현상이 나타날까?
A 그렇다. 그러나 당신이 의도 없이 자연스레 지속적으로 본다면, 있는 그대로 보일 것이다. 수행 과정과 목표를 분명히 이해해서 수행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더라도, 체험이 깊어지면 선지식의 지도를 받아보는 게 당신 수행에 도움이 될 거고.
Q 왜 현상이 생길까?
A 그걸 알고 싶으면 관념적으로 머리 굴리지 말고 직접 관찰해보라. 몸과 마음의 본성을 지식으로 알면 현상이 이어진다. 무(無)에서 온갖 현상이 모습을 나타냈다가 미처 그 의미를 깨닫기 전에 없어지더라도 대상화시켜 판단하거나 분석하지 말고 편견 없이 바라보고 비추어보아 완전히 알 때, 의문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