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識]/위빠사나(명상)

[수완스님]욕망을 바탕으로 욕망을 버릴 수 있을까?

그러한 2008. 7. 18. 14:05

 

Q 집착의 대상과 관련된 기억과 의도가 일어날 때는 얼른 알아차려서 없애는데, 올바른 태도인가?

A 아니다. 이미 일어난 번뇌는 얼른 알아차리되, 빈틈없이 꿰뚫어봐서 그 뿌리를 캐내야 한다.


Q 욕망을 바탕으로 욕망을 버릴 수 있을까?

A 진리를 알려는 마음이 있으면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알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진리와 영영 멀어진다. 욕망을 쫓던 발길을 멈추고 진리로 눈길을 돌려서, 욕망을 버리려는 소망을 계속 키워라. 욕망이 강할수록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갈망 역시 간절하다. 의지로써 몸이 제어되는 순간 깨어 있으면 진리를 추구하는 열정이 늘어난 만큼 감각적 욕망은 줄어들어서, 어언 한밤이 지나면서부터 업력(業力)이 원력(願力)으로 바뀌며 알몸뚱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여명이 밝아오면 이어 태양이 떠오르듯이, 정견이 서면 팔정도가 절로 굴러가서 해탈하게 된다.


Q 몸이 사라지는 건 보이는데, 마음이 사라지는 건 뵈지 않는다?

A ① 당신은 아직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한 현상이 끊임없이 변하는 가운데도 불변이 있고 그 속에서 또 변화를 아는 마음이 있는데, 그 마음을 꼭 보라.

  ② 가슴의 느낌에서 미묘한 의식의 흐름을 찾아서 관찰하라.


Q 좌선 중 관찰 대상이 없어졌다?

A ① 얼른 알아차리되, 거듭 마음 챙겨서 노력을 배가하라. 마음 챙김(sati)에 노력(viriya)을 더하면 관찰하는 힘이 예리해진다.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허둥대면 못찾지만 마음을 가라앉혀서 기억을 되살리면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나듯이, 주의 깊고 예리하게 평등심으로 가만히 지켜보면 대상은 곧 나타난다. 빤냐띠에 초점을 두니까 대상을 놓쳐서 없어진 걸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 순간 빠라마타를 챙기면 관찰 대상은 사멸하지 않는다.

  ② 지혜의 힘이 작용하면 현상은 빨리 사라진다. 그러나 거친 현상은 사라졌지만 미세한 현상은 남아있을 것이다. 그 미미한 변화를 알아차려라.

  ③ 심리 상태를 챙겨서 당황하는 마음, 들뜬 마음, 불안한 마음 등이 있으면 있는 줄 분명히 안다.

  ④ 그 순간 느껴지는 엉덩이가 바닥에 닿아 있는 느낌이나, 손등이 무릎 위에 닿은 느낌의 변화를 관찰한다.

  ⑤ ‘아는 마음을 아는 놈은 누구인가?’ 라는 의심을 가지고 거꾸로 들어간다. 강한 의심을 가지고 아는 마음 자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아는 마음과 하나가 되면서 활짝 깬 마음만 있을 뿐.


Q 좌선 도중 아는 마음마저 사라졌다?

A ① 깨어 있지 않으면 무기(無記)의 공(空)에 빠진다.

  ② 무의식(bhavaṅga citta) 상태이다.

  ③ 아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보는 건 어리석다. 관찰하는 힘이 강해지면 심신이 고요하다. 그래서 대상이 애매모호하여 다 사라진 걸로 착각하며 고요함과 평등심 상태를 즐기고 있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도 아주 미미한 들뜸의 변화를 꿰뚫어보라.

  ④ 불안정한 현상에 집착하지 않으면 초연하다. 그러다가 모든 앎이 사라지는 순간, 마음 밑바닥에서 안심(安心)을 찾는 행위마저 멈추었을 때, 언어가 끊기면서 비로소 명료하다. 도(道)의 증득 여부는 열 가지 결박의 번뇌가 줄어든 만큼 자비심이 늘어난 걸 보고 스스로 알아진다.

  ⑤ 멸(滅 nirodha)의 상태와 구분이 되는 스승의 눈길만으로도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스승 없이 수행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