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스님]오온(五蘊 pañcakkhandha)이 왜 고(苦)인가?
Q 그릇된 견해를 지니고 있어도 삼매에 들 수 있는가?
A 5계를 지켜서 10악을 버리고 자애 명상을 하면, 그릇된 견해를 지니고 있어도 삼매에 든다. 당신이 5계를 지켜서 10악을 버리고 4무량심(四無量心)이 충만한 상태에서 인과를 확신할 때 마음 챙겨 삼매에 들면, 모든 의혹이 사라진다. 사실 사라질 것도 없지만…….
Q 찰나 삼매(khanika samādhi)에서는 느낌이 어떤가?
A 모든 걸 그대로 둔 채 이 순간 깨어 있어보라. 지금 일어나는 자신의 행동이나 반응, 기분, 감정, 욕망, 생각 등을 비평하여 판가름하지 말고 그저 지켜본다. 뭘 하든 현상의 틈새가 발견되면 여유롭다. 현상과 현상 사이가 벌어질수록 앎이 분명하다. 영원은 찰나에 응축되어 있고, 잠깐의 긴 한때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Q 오온(五蘊 pañcakkhandha)이 왜 고(苦)인가?
A 오온은 허물이 없다 그 순간 애착하는 마음이 허물이다. 배고플 때 먹지 않으면 불편하고, 그때 먹어서 배불러도 불편하다. 가만히 있지 못해서 계속 움직이는 몸도 불만족스럽지만, 끊임없이 변덕을 부리는 마음 역시 불만족스럽다. 이렇게 몸과 마음은 쉬지 않고 변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그러면 괴로움의 원인은 뭐지? 그건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따른 갈애와 집착이다.
Q 부부와 외아들이 먹을 것이 없는 황야를 지나가다가 양식이 다 떨어져서 세 사람이 모두 죽게 되었을 때, 부부는 겨우 아장아장 걷는 어린 자식을 어머니가 힘이 들면 아버지에게 건네주고 아버지가 힘이 들면 다시 어머니에게 건네주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지쳐서 자식이 죽어버리자, 오직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죽은 자식의 살코기를 말려 먹으면서 “내 아들은 어디에 있는가, 내 아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는, 비유해서 지어낸 이야기가 경전에 있다(『쌍윳따니까야』 2권 287쪽). 이 이야기가 전해주는 가르침은?
A ① 모든 물질의 자양분은 이와 같이 여겨져야 한다. 오직 청정 범행(梵行)을 닦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맛을 탐하거나 맛에 집착하지 않고 먹는다.
② 우리가 마음 챙겨 먹지 않으면 자기 자식의 살을 먹는 것과 진배없다.
③ 윤회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분명히 알고, 맛의 본성이 감각적 욕망이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서 먹어야 한다. 몸은 즐기며 좋아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나 실은 그건 혐오스럽다. 몸에 욕망이 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혐오스럽고.
④ 자기 몸에 탐착하여 자식의 몸을 먹는 순간에는 굶주림이 채워져서 약간의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자기 자식을 찾아헤매는 고통이 따랐다. 이처럼 몸은 덧없이 변한다. 거기에 따라 마음도 변하고…….
Q 음식을 먹을 때 누가 음식을 씹나?
A 음식을 씹는 행위는 있으나 씹는 자는 없다. 음식을 씹는 행위는 치아가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한다. 사념의 확산(papanca)으로 뼈가 씹는다는 관념이 생기나, 마음의 명령으로 뼈와 힘줄과 근육 등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자동으로 씹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Q 음식을 보자마자 군침이 도는 현상은?
A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아 이미 먹고 싶은 마음이 동했음을 말한다. 음식을 보는 순간 즉시 마음을 챙기면 침샘에서 침이 분비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