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識]/위빠사나(명상)

[수완스님]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될까?

그러한 2008. 7. 18. 14:09

 

Q 일어났다가 사라진 번뇌를 원인으로 새로운 번뇌가 형성되는데, 일단 사라져서 숨어버린 번뇌(隨眠識 anusaya)는 어디에 저장되나?

A ① 남방 아비담마에서는 심장에 저장되었다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실은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② 세포 하나하나마다 모든 정보를 공유해서 오온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다.

  ③ 무의식 속에 잠자고 있다가 표면의식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낸다. 떠오르려는 낌새를 채서 얼른 없애지 않으면 수면식은 떠오르는데, 그때도 즉시 자르지 않으면 가지를 쳐서 도로 숨는다.


Q (意 mano)와 의식(意識 viññāna), 그리고 무의식은 어떻게 작용하나?

A ① 의식은 의근(意根)에 의지하여 일어난다. 심해에 가라앉은 보물선처럼 끌어올려지기를 기다리다가 때가 되어 마음(자아의식 mano)과 마음의 대상(法 dhamma)이 만나서 식(viññāna)이 생길 때, 잠재된 욕망이 꿈틀 생기를 띰과 동시에 보는 자와 보이는 대상이 나누어지면서 내면의식이 표면의식을 되먹인다. 그러나 마음 챙기는 힘이 강하면 알아차리는 순간 미미한 떨림만 느껴지고 ‘나’라는 생각은 없다. 이 상태에서 주객이 분리되기 이전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데, 빗방울이 바다에 떨어지는 순간 대양이 되는 것처럼 ‘나’로 알고 있던 모든 게 내면의 순수에 녹아들어서 정화된다.

  ② 보여지는 자신을 바라보면 의식과 무의식 간에도 인과가 작용하는데, 무의식은 의식에 동기를 부여한다. 이렇게 무의식은 의식이 다음 의식으로 바뀔 때 잠재적인 조건이 되어서, 음의 되먹임에 의해 평형을 이루거나 양의 되먹임에 의해 더 기울어진다.

  ③ 몸을 맘대로 조정할 때는 자아의식이 있으나, 불안해서 떨리던 의식이 하나로 모아져서 규칙적으로 또렷이 움직일 땐 존재의 이탈감이 있다. 그러다가 오온을 의식적으로 조정할 수 없음을 아는 순간, 무의식과의 연결 고리마저 끊어진다.

  ④ 표면의식이 침묵할 때는 내면의식이 말을 건다. 그러나 완전한 침묵 속에서 자아의 변덕이 멈춘다.


Q (dhamma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될까?

A ① 자신을 넘어 진리의 언덕으로 건너가기 위해선 자기와 치열한 싸움을 치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몸과 마음이 생멸하는 대로 알아차리다 보면, 그 원인과 결과를 알게 된다. 무의식 속의 의도까지 분명히 보라. 조건이 갖추어지면 절로 보이나, 법은 의식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

  ② 인과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심신이 건강한 가운데 단순하게 살면서 자신에게 정직할 때는 불건전한 습성은 버려지고 건전한 습성은 길러진다. 그때 아집과 애착의 원인을 관찰하면 자연스레 통찰 지혜가 깨어나서 순식간에 눈을 뜨게 된다.

  ③ 점차적으로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다가 목적지에 이르면 전체가 보인다. 그때도 함이 없이 자연스레 변하는 틈새에서 무의식이 관찰된다. 그걸 계속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주인인 양 행세하던 자아의식이 없어진다.

  ④ 오래 닦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알려고 하거나 대상화하지 말고 오직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으면 찰나 매(昧)하지 않아서 무위(無爲)의 행이 절로 몸에 밴다. 항상 진리를 추구하다보면 진리는 갑자기 찾아온다. 진리에서 어긋나는 건 자의식 때문이다.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자마자 연민이 일어 자아를 넘어선 감정 이입의 상태가 되는 순간 기쁨이 솟아나서 찰나 담마의 맛을 보게 되나, 자아가 의식되면 이 기쁨은 사라진다.

  ⑤ 우리 마음속에는 진리에 저항하며 버티는 고집스런 잠재 성향이 있다. 이 무의식적 습기(習氣 vāsanā)와 맞서 싸우는 대신 타고난 본성을 계발하면 자연스레 습기는 걷힌다. 우리는 담마를 처음 들을 때도 그걸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건 내면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 본성과 친해져서 그걸 속속들이 밝히고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항상 본성 관찰을 잊지 마라.

  ⑥ 잠재의식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모두 사라질 때 홀연 깨치게 된다. 그러면 보편의식과 잠재의식과 표면의식이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