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편지ㅅ글

[받은]늙은소녀(?!)로 부터

그러한 2008. 8. 12. 13:33

 

와~ 안녕하세요?  후후 반가워요^^

 

여긴 도시라서 밤하늘의 별을 볼수가 없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작년때까지만 해도 관측하러 이곳 저곳 돌아다녔는데....

 

얼마전에 아버지께 제가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렸는데

아니~ 이게 웬걸요?? 아주 진지하게 들어주시는거에요~~!!

정말 놀랐어요 하하하 그래서 더 열심히 설명을 해드렸죠...

아직 아버지 의견은 듣지 못했지만... 조만간 듣게 될 것 같아요!

 

...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하러 갔어요.

전 티브이에서 본 것처럼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생각하며 

그 기다림의 미학을 아주 아름답고 교양있게 느끼려고

우아한 잡지책 한 권과 아름다운 클래식 음반을 함께 갖고갔죠.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어요. 아버지께서... 정말이지 뭔가 좀 이상했어요.

제 생각대로라면 낚시용 의자에 앉아서

다소곳하게 물고기가 잡히도록 기다려야 하는게 정상인데...

의자도 없고 저보고 그냥 신문지를 깔고 앉으라는 거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문지에 앉았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갑자기...

낚싯대로 무지막지하게 아주아주 무식(?!)하게 그 큰 낚싯대를 흔들면서

단 세 번만에 우리가 한끼 동안 먹어야 할 고기를 다 잡으신 거에요...

전 엉엉 울고 싶었어요... 제가 기대한 낚시의 낭만은 아예 느껴보질 못햇어요.

물고기는 맛있게 먹었지만 전 뭔가 2%부족한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죠..

 

...

 

우와 정말 오랜만에 길게 쓴 편지에요...

시간도 다 돼 가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언제나 마음챙김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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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도서관 한 가운데,
늙은 소녀가 서 있다.

소녀는 도서관의 구석을 좋아한다.
소녀는 그곳을
'아무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의 공간'이라 정의내렸다.

그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소녀는 자유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