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편지ㅅ글

[받은]오늘은 말의 감옥에 갇혀 사는 느낌입니다

그러한 2008. 8. 12. 14:21

 

...

 

말, 말, 말.

talking, talking, talking.

아... 오늘은 말의 감옥에 갇혀 사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재미를 위해서 말을 하고 농담을 즐깁니다.

혹은 자기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자기 정당화를 위해서,

자만심에서,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답답해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에서 끊임없이 말을 합니다.

그 중 정말 필요한 말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그런 시시한 이유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들어주는 시늉을 해야한다는 것은

정말 갑갑한 일입니다.

얼굴은 웃고, 입은 동의하는 말을 하지만 마음은 괴로와합니다.

들어줘서 그들에게 발전이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님도 잘 아시겠죠.

 

글쎄요... 남의 얘기를 들어줄 때 갑갑하고 소용없는 짓이고

시간이 아깝다는 그 느낌을 마음챙김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말씀하실 건가요?

 

더 이상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은 정말 용량이 꽉 차서 넘쳐 흐르는군요.

 

왜 인간들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면서도

자연과는 동떨어진 모습일까요?

저 산들바람처럼 혹은 나뭇잎을 간지럽히는 가랑비처럼

고요하고 평화롭고 절제된 소리(말)의 미덕이 없을까요? 

 

또한 요즘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존재와 존재가 결코 서로 섞이거나 용해될 수 없는

생래적 한계를 느낀다고 할까요?

(무엇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왜 제가 이 짓을 하고 있나요? 

'답답해서'라고 지금 마음이 대답을 합니다.

용량 초과로 흘러넘치는 것을 님께 좀 쏟을테니 메따로 받아주세요. ^.^)

 

모두들 헤아릴 수 없는 생에서 쌓아온 견고한 틀속에 각자가 갇혀서 살고 있는데

관계란 것은 접촉이 필요한 것이어서 서로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톱니 바퀴처럼 이가 잘 맞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모서리와 모서리가 부딪히는 엄청난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것을 봅니다.

결국 사람들은 몰라서 서로 좋아하고 몰라서 서로 싫어하는 것이죠.

끝까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사뭇 슬픔과 두려움과 허무감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리란 인간의 바램을 넘어 서 있습니다.

 

편안하고 느긋한 기분으로 편지를 쓰고 싶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여기 경치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자연은 분명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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