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를린 먼로의 눈을 가진 그녀가 나에게로 온다
가난한 날들이 기미로 박혀있는 얼굴을 짙은 화장으로 가리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얼음장 같은 세상을 깨느라
온몸으로 부딪치며 멍이 들었을 그녀가
새보다 가냘픈 다리로, 종종 걸음으로 나에게 온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멍든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가 내 앞에서 우는데
젖어드는 속눈썹위의 아이라인이 번지며
검은 새의 깃털 같은 가짜 속눈썹이 떨어져 내린다
먼지만 쌓여올 속눈썹을 줍느라 허리를 굽히는 그녀
그녀의 희고 가는 손이 가늘게 떨린다
긴 한숨 지으며 그녀가 거울을 본다
뿌연 거울 속엔 그녀에게조차 낯선 얼굴만 가득 담긴다
오래된 습관처럼 그녀가 분첩을 꺼낸다
한숨처럼 날리는 뿌연 분가루가 검은 눈물자욱을 지운다
별을 매달았던 밤하늘 같은 눈 위에 그녀가 속눈썹을 붙인다
메마른 입술을 붉은 와인빛 립스틱으로 적시며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아, 긴 속눈썹의 그녀가 마를린 먼로처럼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