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땅 따먹기
땅 따먹기
노을이 내리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땅 따먹기를 하였다.
고사리 같은 손을 펴 한 뼘씩 자기 땅을 그려놓고, 그곳에서부터 출발하여 세 번 만에 다시 자기 땅으로 돌아와야 하는 땅따먹기는, 돌멩이가 돌아온 만큼 자기 땅을 넓힐 수도 있지만 욕심을 부려 너무 멀리 나가면 돌아올 수가 없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다. 욕심을 부려 너무 멀리 나가면 돌아올 수가 없는 것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 한가" 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더 넓은 땅만을 찾아 헤매는 사람의 이야기다.
"1000루불 만 내면 당신이 하루 동안 걸어 다닌 만큼의 땅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하루 만에 출발점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모든 일이 허사가 되고 맙니다. 해가 저물기 전에 반드시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욕심이 많았던 그 사람은 눈앞에 펼쳐지는 기름진 땅을 보자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출발점에서는 자꾸 멀어지고 있었지만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앞으로 앞으로만 걸어 나가느라 그의 몸은 지치고 힘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곧 해가 저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너무 먼 곳까지 와있었고, 뒤늦게 서야 혼신의 힘을 다하여 출발점으로 뛰어갔지만 그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어리석은 그를 그곳에 묻어주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은 정확히 2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들도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더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하여, 더 좋은 것만을 찾아 헤매느라 늘 몸과 마음은 지치고 병이 들어, 이미 주어진 것도 다 누려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과연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 것인가?
땅을 많이 가졌다고 더 행복한 삶을 살수 있는 것인가? 땅을 가지지 못하였다고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인가? 넓은 땅을 가졌다고 거기에 비례하는 양으로 존재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채울 수 없는 허전함에 마음이 늘 가난할지도 모른다.
노을이 물드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땅따먹기 놀이를 하였다. 넓어지는 자기 땅을 보며 철없이 기뻐하는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아, 이 엄마는 아직 엄마라는 이름으로 빗금 친 넓은 땅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이 지구보다 더 넓고 기름진 땅이 가슴 속에 들어 있단다. 천 그루 만 그루도 넘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언제나 맑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란다. 너희들의 외할아버지께서 엄마가 어렸을 적부터 매일 매일 나무 한그루씩 심어주셨거든.
엄마도 너희들 가슴속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풍요로운 땅을 담아주고 싶구나. 그리고 그 가슴속에 매일 매일 나무 한그루씩 심어주면, 너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푸른 숲을 이루겠지. 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삶이니.
그러니 너희들은 땅따먹기 하는 인생을 살지는 말아다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것이 세상의 것을 탐내는 삶이 아니겠니. 비움으로서, 나눔으로서 넉넉해지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이 엄마는 늘 기도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