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2008. 9. 5. 13:48

 

아들아 무덤은 왜 둥그런지 아느냐

무덤 둘레에 핀 꽃들

밤에 피는 무덤 위 달꽃이

오래된 약속인 양 둥그렇게

웃고 있는지 아느냐 너는

둥그런 웃음 방싯방싯 아가야

마을에서 직선으로 달려오는 길들도

이곳에 이르러서는 한결

유순해지는 것을 보아라

 

둥그런 무덤 안에 한나절쯤 갇혀

생의 겸허한 페이지를 읽고

우리는 저 직선의 마을길

삐뚤삐뚤 걸어가자꾸나

어디서 개 짖는 소리

날카롭게 달려오다가 논둑 냉이꽃

치마폭에 폭 빠지는 것 보며

                                       

 

 

- 이재무,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