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사랑을 위한 각서

그러한 2008. 9. 5. 14:29

 

호남선 터미날에 나가면

아직도 파김치 올라온다

고속버스 트렁크를 열 때마다

비닐봉지에 싼 파김치 냄새

 

텃밭에서 자라 우북하였지만

소금 몇 줌에 기죽은 파들이

고춧가루를 벌겋게 뒤집어쓰고

가끔 국물을 흘린다

 

호남선 터미날에 나가면

대처에 사는 자식들을 못 잊어

젓국에 절여진 뻣뻣한 파들이

파김치되어 오늘도 올라온다

우리들 어머니 함께.

 

 

 

- 강형철, <사랑을 위한 각서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