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꽃밭을 바라보는 일

그러한 2008. 9. 9. 14:23

 

,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 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단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 도망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주는 일 같네.

                          

 

- 장석남, <꽃밭을 바라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