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에코토피아 뉴스

그러한 2011. 11. 23. 15:43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노동의 보수 없이 일한다.

노동의 보수는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 곧 창조다.

그곳에서는 물건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마치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들 듯이 이웃이 사용할 물건을 만든다.

자신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자신의 손이 미치지도 않는

정체불명의 시장을 위해 생산하지 않는다.

물건을 사고판다는 개념이 없으므로 누군가 언젠가는 살 것이라는 기대에서

물건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미리 물건을 사두는 인간도 그곳에는 없다.

 

따라서 모든 물건은 훌륭하고 그 목적에 완전히 적합하다.

참된 사용 이외의 목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조잡한 물건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만들지 않는다.

필요 없는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기에 물건을 생산하는 즐거움을

곰곰히 생각할 여유도 있고 자재도 충분하다.

손으로 하기에 지겨운 작업은 크게 개선된 기계로 하며,

손으로 하기에 즐거운 작업은 모두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은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심신의 활동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일을 회피하지 않고 누구나 일을 하고자 한다.

 

 

- 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