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애인(愛人) - 춘원 이광수

그러한 2012. 2. 5. 15:44

 

 

애인(愛人)

 

- 춘원 이광수

 


임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를 배웠노라

임께 보이자고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를 배웠노라

임이 주시는 것이라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을 배웠노라

자나 깨나 쉬일새 없이
임을 그리워하고 임 곁으로만 도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정진을 배웠노라

천하 하고 많은 사람이
오직 임만을 사모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선정을 배웠노라

내가 임의 품에 안길 때에
기쁨도 슬픔도 임과 나의 존재도 잊을 때에
거기서 나는 살바야(지혜)를 배웠노라

인제 알았노라
임은 이 몸께 바라밀을 가르치려고
짐짓 애인의 몸을 나툰 부처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