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그러한 2012. 9. 21. 10:02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 장석남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꽃 위에 펼친 맵씨 좋은 구름결들 보아라
     옷고름 풀린 봄볕을 보아라

 

     작약 한창인 때 작약 밭에서 들리는,
     어떤 늙은 할머니가 손주들을 대문 밖으로 내보내며 하는 말소리를

 

     업고가는 중인
     업혀가는 중인

     아침 바람을 보아라

 

     꽃 지고 잎 돋듯 웃어라
     뺨은 웃어라
     조약돌 비 맞듯 웃어라
     유리창에 별 돋듯 웃어라

 

     한옥 짓는 마당가
     널빤지 위에 누워 낮잠 들어가는 대목수의 꿈속으로 들어가
     잠꼬대의 웃음으로 배어나오는
     작약 밭의 긍정, 긍정, 긍정, 긍정,

 

     또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또 문 열고 나오는 꽃 보아라
     긍정, 긍정, 긍정,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