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한 2013. 3. 7. 15:27

 

 

당신은 기억을 앓는 병에 걸렸어요.

그 기억은 자극을 받을 때마다 생생하게 현재가 되어 되살아납니다.

먼저, 있었던 일을 인정해야해요. 나쁜 기억보다 더 나쁜 것은 자신에게 부정된 기억이예요.

기억을 부정하는 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부정하는거예요.

고통도 기쁨과 똑같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삶의 일부입니다. 

스스로 비난하거나 반성하지말고 수치스러워하지도 말아야해요. 그냥 겪은 일이지요.

부정하거나 외면하지말고 충분히 아파하세요. 밑바닥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자상하게 쓰다듬어주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간직하지 말고 써야합니다. 전혀 가감없이 감정없이 글로 써보세요. 

글로 쓰고 또 쓰다보면 고통은 당신 개인을 지나 세상밖으로 흘러나갈거예요. 

세상의 것이 될때까지 반복해서 쓰세요. 그것에 이름을 붙이세요.

당신이 쓴 그 문장들을 따라가서 열여섯살의 당신을 구해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내던져 버리세요. 떠오를 때마다 내던져 버리세요. 다시는 뒤돌아 보지마세요.

절대로 그일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면 그게 얼마나 헛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과거는 아무 의미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그냥 현재의 세계를 주의깊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 전경린, < 풀밭위의 식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