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그 여자를 키운것은 세월이었다
그러한
2013. 6. 12. 15:39
그러므로 이제 다르게 말하고 싶다. 그 여자를 키운것은 8할의 친구나 2할의 문학과 음악이 아니라 세월이었다고.
바위에 끊임없이 부딪치는 파도처럼, 그 여자를 향해 몰아쳐오던 그 세월이다.
파도가 바위를 조아대듯, 세월은 그 여자를 깎고 쪼아서 둥그스름하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파도가 바위에 오묘하고 아름다운 형상을 새겨넣듯, 세월은 그 여자에게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결을 형성해주었을 것이다.
그래, 그 여자를 키운것은 10할의 세월이다. 그러므로 그, 여자가 인생에서 배운 단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세월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여자가 지금도 일관되게 어른들을, 노인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오직 그것 하나다. 세월의 부피와 질량의 웅장함에 대한
존경이다.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다.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가 있는
법이다.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가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세월이다.
시간이 퇴적층처럼 쌓여
정신을 기름지게 하고 사고를 풍요롭게 하는, 바로 그 세월이다.
그러므로, 세월 앞에서는 겸허해야 한다. 누구도, 그 사람만큼 살지
않고는 어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되다.
누구든, 그 사람과 똑같은 세월을 살아보지 않고서는.
- 김형경 <세월>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