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마음은 소리친다.

그러한 2015. 1. 27. 15:36

 

 

 

오로지 내가 존재할 뿐이다!

 

나의 피하 세포 속에서 오감이 작동한다.

오감은 시간과 공간, 즐거움과 슬픔, 물질과 정신을 만들었다 부수었다 한다.

 

모든 것이 나의 주위에서 굽이굽이 물결치는 강물처럼 휘감겨든다.

얼굴들은 물방울처럼 엉겨 붙고, 혼란은 소리친다.

 

하지만 나, 마음은 이런 현기증 나는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지키면서 씩씩하고 줄기차게 위로 향해 올라간다.

넘어지거나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이 현기증 위에 지형지물을 세운다.

나는 이 심연 위에 다리를 가설하고 또 넘어가는 길을 낸다.

 

나는 천천히 내가 창조한 현상들 사이로 움직인다.

나는 내 편의에 따라서 현상들을 서로 구분하고 또 일정한 법칙으로 내 현상들을 통합하며, 

나의 실용적 필요에 따라 일정한 굴레 내에 묶어 둔다.

 

나는 그 현상들 뒤에 나보다 뛰어난 은밀한 본질이 살아 움직이는지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

나는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고 또 관심도 없다.

나는 무더기로 현상을 창조하고 심연 앞에 쳐진 거대하고 화려한 커튼에 온갖 색깔로 색칠을 한다.

 

이 왕국은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나의 아이이고 또 인간의 작품이다.

이 왕국은 견고한 작품이다. 이것보다 더 견고한 것은 없다.

이 왕국의 경계 내에서 나는 유익하고, 행복하고 또 정상적으로 가동한다.

 

나는 심연을 상대로 작업하는 자이다, 나는 심연의 관찰자이다. 나는 이론이면서 실천이다. 나는 법률이다.

나를 넘어서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니코스카잔차키스, <돌의 정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