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신을 구하는 자

그러한 2015. 2. 3. 13:49

 

 

아무런 희망도 없지만 그래도 용감하게 당신의 뱃머리를 그 심연 쪽으로 돌려놓으면서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 당신의 의무이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삶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마음과 물질이 두 개의 에로틱한 공화(空華)처럼 서로 뒤를 쫓으며 합쳐지고,

뭔가를 만들어 내고, 다시 사라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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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의 가치는 무엇일까? 모든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는 빛과 어둠이 뒤섞인 칠흑같은 심연, 그 전능의 혼돈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투쟁한다. 개체의 삶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식물, 동물, 인간, 이념이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내면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고 심연을 정화하고 우리 육체 안의 가능한 한 많은 어둠을 접하여

그것을 빛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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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모두 비참한 존재, 무정하고, 사소하고, 시시한 자들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우리를 초월하는 본질이 있어서 우리를 치열하게 위로 향상시킨다.

 

인류라는 이 진흙 안에서 신성한 노래가 들려온다.

위대한 사상, 격렬한 사랑이 시작도 끝도 없이, 목표도 없이, 모든 목적을 초월하여 잠도 자지 않으면서,

신비로 가득한 채 그 진흙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 진흙 덩어리가 인류이다. 이 진흙 덩어리 하나하나가 개인이다.

우리의 의무는 무엇인가?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진 이 거름 더미 위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려고 싸우는 것이다.

 

물질과 육체, 굶주림, 두려움, 미덕과 악덕으로부터 <신>을 창조하기 의해 끊임없이 싸우라.

 

 

 

- 니코스 카잔차키스, <신을 구하는 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