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된다는 것은...
생명 없는 돌이라도 우리가 그 돌을 진흙에서 들어 올려 집을 만들거나 그것에 영혼을 새겨 넣는다면 그것은 구원된다.
씨앗도 구원된다. <구원된다>는 뜻은 무엇인가?
씨앗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시 한 번 흙으로 돌아감으로써 그 내부에 있던 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씨앗이 그 자신을 구원할 수 있도록 우리는 도와야 한다.
모든 인간은 나무, 동물, 인간, 이념으로 이루어진 그만의 원(圓)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 원을 구원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 해야 한다. 만약 그 원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는 구원받지 못한다.
이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그가 죽기 전에 완수해야 할 노동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구원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자신의 영혼이 그 주위의 사물, 나무, 동물, 인간, 이념 등에 산재(散在)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노동을 완수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노동자라면 대지를 경작하여 대지가 열매 맺게 도와라.
대지에 묻혀 있는 씨앗은 구해 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그 씨앗 안에 있는 신 역시 구해 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신을 해방시켜라! 들판은 당신의 손에서 구원을 기다리고 기계는 영혼을 기다린다.
그것들을 구원하지 못한다면 당신을 결코 구원될 수 없다.
만약 당신이 학자라면 머리로 싸워 이념을 죽이고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라.
신은 육체의 세포처럼 이념 속에 숨어 있다. 그 이념을 분쇄하고 신을 해방시켜라!
신이 머물 수 있는 또 다른 광활한 이념을 그에게 주어라.
만약 당신이 여자라면 사랑하라. 많은 남자 중에서 아버지가 될 사람을 엄격히 선택하라.
선택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내면에 있는 무한하고 냉엄하고 불멸하는 남성적인 신이다.
흘러넘치는 에너지, 사랑, 용기로 의무를 다하라. 피와 젖이 충만한 당신의 몸을 내놓아라.
- 니코스 카잔차키스, <신을 구하는 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