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Under The Rain
그러한
2015. 2. 26. 14:39
내가 만일 플라타너스라면 그 그늘에 들어가 쉴 테요
내가 만일 책이라면 잠 없는 밤, 지침 없이 읽을 테요
내가 만일 연필이라면
손가락 사이에서 나른히 있지만은 않을 테요
내가 만일 문이라면
선인에겐 열어주고 악인에겐 닫아걸 테요
내가 만일 창이라면, 커튼이 달려 있지 않은 드넓은 창이라면
온 도시 전체를 내 방으로 불러들일 테요
내가 만일 하나의 단어라면
아름다움을 공정함을 진실함을 요청할 테요
내가 만일 말이라면
나는 내 사랑을 나직이 말할 테요
- 나짐 히크메트 「Under The Rain」, 존 버거『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