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識]/on 명상

‘있는 그대로’의 뜻

그러한 2015. 3. 19. 15:49

 

 

‘있는 그대로’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항상 이 사이트(www.be1.co.kr)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매번 의문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숙제가 늘 말씀하시는 ‘있는 그대로’입니다. 세상 있는 그대로(존재 그 자체)를 말하시는지, 아니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 세상 있는 그대로를 말하시는지? 예를 들어, 만약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정신적으로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이 세상을 지옥이라 본다면, 이때 ‘있는 그대로’는 지옥을 말합니까, 아니면 뭐라고 말하기 이전을 말하는 것입니까?

 

 

저의 많은 답변들을 통하여 이미 충분히 아셨겠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있는 그대로’란 전적으로 우리 내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매 순간의 삶 속에서 우리가 다양하게 경험하게 되는, 가장 구체적인 그때마다의 감정, 느낌, 생각들을 가리킵니다. 이를테면 미움, 사랑, 분노, 짜증, 기쁨, 우울, 무기력, 불안, 경직과 긴장, 말더듬, 강박, 잡생각, 게으름, 권태, 무료함, 무의미, 우유부단. 어색함, 우쭐거림, 야비함 등등을 가리킵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오욕칠정이라 하기도 하고, 들끓는 번뇌라고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있는 그대로’를 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는 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 부끄럽고 초라하고 못나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닦고 조이고 고치고 바꾸려는 노력을 통하여, 부족한 것을 채우고 초라한 것은 메우고 못나 보이는 것은 다듬기라도 해서, 할 수만 있다면 보다 온전한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나 바로 그러한 노력이 우리를 무한히 힘들게 합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는 잘 바뀌지도 않고, 채워지지도 않으며, 없어졌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잘 없어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는커녕 ‘있는 그대로’는 그렇게 떼어 내려 하면 할수록 더욱 무난히 우리에게 달라붙기 때문입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그것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있는 그대로’가 바로 ‘나(참나)’이니까요.
 
우리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괴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고 못나고 초라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이 괴롭고 힘든 것은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외면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더욱 가득 차고 충만한 ‘남’이 되려는 바로 그 마음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 마음을 내려놓고, 매 순간 다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만 있다면, 그때 우리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약이 일어나, 지금까지 자신을 옥죄었던 모든 마음의 사슬과 고리가 풀어지고, 진실로 자융롭고 행복한 웃음을 스스로에게 웃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토록 바라던 삶의 진정한 힘이 어느새 자신 안에 생겨 있음을 살포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듯 우리가 바라던 모든 것은 이미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 안에 가득히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 비원 김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