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창원도(昌原道)

그러한 2019. 2. 15. 14:39



창원도(昌原道) 
― 남행시초(南行詩抄) 1 


- 백 석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싶은 길이다 



개 데리고 호이호이 회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궤나리봇짐 벗고 따ㅅ불 놓고 앉어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 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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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나리봇짐 : 개나리 봇짐. 양쪽 어깨에 매는 봇짐 
따ㅅ불 : 땅에 피우는 막불 
덕신덕신 : 덩실덩실, 흥겹게. 사람이나 동물들이 떼로 모여 움직이는 모양 
덕거머리 총각 : 장가들 나이가 지난 사내로 머리를 땋아 늘어뜨린 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