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마음을 챙길 때와 챙기지 않을 때는 어떻게 다른가?
A 마음을 챙기면 접촉에서 알아차려서 반응하지 않으나, 챙기지 않으면 반응하여 수(受)·상(想)·행(行)·식(識)이 연이어 일어난다. 마음을 챙기기 전에는 느낌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해서 느낌에 즉각 반응하나, 마음을 챙긴 후에는 어떤 느낌이 일어나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그리 마음을 챙기다 보면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의식의 흐름이 잡힐 때마다 욕망이 이는 순간을 알아챌 수 있어서 언행이 일치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공성(空性)이 체득되면, 악습이 약해지고 마음 씀씀이가 부드러워져서 심신이 고요하다. 그때 이기심은 줄어들고 선의는 자라며, 남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 역시 날로 늘어난다.
Q 마음 챙김의 힘은 언제 생기나?
A 내 안의 부정적인 면을 알아채서 인정하고 마주 볼 때, 침묵 속에서 움직이다가 유사한 지난 언행이 떠오르면서 그 원인이 드러날 때, 그리고 마음 챙기는 데 힘이 들지 않을 때 문득 솟아난다. 그래서 지혜로 전환되는 순간, 그 힘은 시간을 넘어서서 무의식적 습기를 없애는 데 쓰인다. 마음의 작용이 물리 법칙을 넘어선 힘을 갖는 것은 마음이 물질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Q 언제나 마음을 챙기면, 마음 챙기는 힘이 강해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A 계율을 지키고 인과를 확실히 믿을 때 마음이 안정되어 고요해진다. 그때 예리하게 깨어 있으면 망상이 생기지 않아서 실상만 보인다. 그러면 오온을 ‘나’로 착각하는 견해와 죽어도 영혼은 있다는 상견(常見), 그리고 죽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단견(斷見)이 사라지면서 다시 태어나지 않으려고 오직 위빠싸나 수행에 전념하게 된다.
어리석음과 업력에 의해 태어나서는 갈애에 따른 집착으로 또 새로운 업을 지어서 다음 생이 이어지는 12연기가 완전히 이해되면 뭐든 생멸 현상으로 보여서, 내가 생멸하는 게 아니라 오온이 생멸한다는 통찰 지혜가 생긴다. 그 순간 사라지는 현상만 뚜렷이 보이면 두려움이 일며 오온에 대한 혐오감이 일어서, 윤회에서 벗어나고픈 소망으로 찰나도 방일하지 않고 비추어보게 된다. 그러다가 평등심 상태에서 아는 마음을 자아로 여기는 의식이 사라지면, 괴로움도 없어서 평화롭다.
Q 당신은 감각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도, 마음 챙김 속의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다. 어느 길을 택하려는가?
A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면 재빨리 이미 지니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에 의해 식별한다. 대인 관계에서도 몸과 마음을 ‘나’로 여기면서 과거의 상처나 열등감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든가 순간적인 우월감으로 과시하고픈 욕구를 일으킨다. 이렇게 오온을 ‘나’로 착각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현재의 욕망을 확대해서 미래로 연결시키나, 뭐든 생기는 대로 관찰하면 그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사물을 볼 때 마음 챙김을 잊고 아름다움에 쏠려서 애착을 일으키면 괴로움에 빠지지만 보는 순간 알아차려서 애착을 일으키지 않으면 설사 잠깐 괴롭더라도 곧바로 소멸된다. 사물을 볼 때는 보일 뿐, 거기에 난 없다. 내가 없다는 걸 수행으로 확인하고 싶으면 우선 느낌을 관찰해보라. 당신에게 느낌의 변화를 관찰하는 힘이 생기면 느낌이 변하는 틈새에서 작용하는 마음들이 보인다. 마음의 형성 작용이 분명히 잡히면 그 순간 찰나 12연기의 흐름도 보인다. 그땐 결박의 번뇌가 어떻게 자신을 옭아매는지 알게 되어서,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마음 챙김을 한시도 놓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지고 다지게 된다. 그러다가 숨쉬고 있는 것조차 혐오하여 덧없는 현상들이 모두 그칠 때, 당신의 여행도 끝날 것이다.
Q 성인(聖人 ariya)의 대열에 들어서려는 수행자는 범부와 무엇이 다른가?
A 수행자에겐 마음 챙김(sati)이 있다. 그는 화나는 순간 얼른 알아차린 다음 노여운 마음 자체가 실제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마음을 놓아버린다. 반면 범부는 오온에 대하여 모르고 오온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모르며, 오온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모른다.
범부는 가려우면, 긁는 순간 잠시 시원하기 때문에 긁는다. 그러나 수행자는 가려워도 마음 챙겨 그 느낌을 관찰해서, 갈애를 일으키지 않는다. 괴로울 때 범부는 고통을 잊어버릴 방법을 찾지만, 수행자는 그 고통을 완전히 없앨 방법을 찾아낸다.
만약 당신이 성인의 대열에 끼고 싶다면, 의도가 일어날 때 그대로 행동하지 말고, 의도가 일어난 원인을 알고 나서 움직여라. 행위가 바르지 않은 건 바른 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른 언행은 바르게 길들여진 마음에서 나온다. 언제나 방심하지 않되, 한결같이 관심을 기울여서 관찰이 이어지도록 하다 보면, 일상생활의 평상심(平常心)에서 열반이 실현된다. 그러면 마음 씀,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청정・자비・지혜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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