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열 매

그러한 2008. 9. 5. 13:47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가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잎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기 나지 않는다는 것을

                                       

 

 - 오세영,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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