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 너를 부른다
-강은교
너를 부른다
저녁마다 어둠가에 멈춰 서서 너를 부른다
어둠이 올 때면 지붕들은 더 파리해지지
창문들은 달달 떨며 가슴을 닫기우고
천장에 달린 알전구들이 알몸을 빛내기 시작할 때
너를 부른다
어디선가 걸어오는 자정과 자정 사이에서
자정과 자정 사이 끓는 찌개 사이에서
하루치의 여행을 끝낸 신발들, 얌전히 양말을 벗고
마루 밑에서 마루를 그립게 쳐다보고 있을 때
자물쇠들은 철컥철컥 가슴의 문을 닫고
혼자 남은 별,
문밖에서 잠기는 자물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때
너를 부른다
끓는 호박과 호박 사이, 부글부글 감자와 감자 사이
손가락 살짝 데이며 그리 그립게 기다리는 것들아,
사랑받으려 하지 말라, 사랑하라
내 잠들러 가면 거기까지 따라와 곁에 눕는
갈 곳 없는 그림자 하나
그동안 나는 너무 사랑받으려 하였다, 사랑하지 않았다
너를 부르고 부른다, 아직 열려 있는 천지간 문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