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쉼-息] > 빈자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찾습니다 (0) | 2013.02.13 |
---|---|
아름다운 사람 (0) | 2013.02.08 |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0) | 2013.01.31 |
찔레꽃 (0) | 2013.01.31 |
골목 - 너를 부른다 (0) | 2013.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