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강물과 나는

그러한 2013. 4. 14. 11:04

 

 

강물과 나는

 

나태주

 

 

맑은 날

강가에 나아가

바가지로

강물에 비친

하늘 한 자락

떠올렸습니다

 

물고기 몇 마리

흰 구름 한 송이

새소리도 몇 움큼

건져 올렸습니다

 

한참동안 그것들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믿음이

서지 않았습니다

 

이것들을

기르다가 공연스레

죽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나는 걸음을 돌려

다시 강가로 나아가

그것들을 강물에

풀어 넣었습니다

 

물고기와 흰 구름과

새소리 모두

 강물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날부터

강물과 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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