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들꽃이야기

그러한 2014. 5. 20. 16:15

 

 

들꽃이야기

 

- 이광석


 

남을 밀어내고 피는 꽃도 있지만

제 노동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는

제 힘으로 피는 꽃들도 있습니다.

크고 화사한 꽃들이 침묵할 때

작아도 할 말 다 하는

당찬 꽃들도 있습니다

봄은 꽃들이 제 생각대로 제 목소리를 내는

감성의 계절입니다

밟히면서 아파하면서 이 땅의 토박이를

고집하는 당신의 상처가 지켜낸 꽃

크고 화사한 어떤 꽃도 그려낼 수 없는

야성의 생명력 하나로

세상의 아침 밥상을 차리는

눈꽃, 혹은 조선의 여인 같은

억세고 질긴 다부진 꽃,

당신의 이름은 들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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