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 이광석
남을 밀어내고 피는 꽃도 있지만
제 노동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는
제 힘으로 피는 꽃들도 있습니다.
크고 화사한 꽃들이 침묵할 때
작아도 할 말 다 하는
당찬 꽃들도 있습니다
봄은 꽃들이 제 생각대로 제 목소리를 내는
감성의 계절입니다
밟히면서 아파하면서 이 땅의 토박이를
고집하는 당신의 상처가 지켜낸 꽃
크고 화사한 어떤 꽃도 그려낼 수 없는
야성의 생명력 하나로
세상의 아침 밥상을 차리는
눈꽃, 혹은 조선의 여인 같은
억세고 질긴 다부진 꽃,
당신의 이름은 들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