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除夜)
- 김영랑
제운 밤 촛불이 찌르르 녹아 버린다
못 견디게 무거운 어느 별이 떨어지는가
어둑한 골목골목에 수심은 떴다 갈앉았다
제운 맘 이 한밤이 모질기도 하온가
희부얀 종이 등불 수집은 걸음걸이
샘물 정히 떠 붓는 안쓰러운 마음결
한 해라 긔리운 정을 뭏고 쌓어 흰 그릇에
그대는 이 밤이라 맑으라 비사이다
* 제야(除夜) : =제석(除夕). 섣달 그믐날 밤.
* 제운(←제우다) : ‘겹다’의 방언. 정도나 양이 지나쳐 참거나 견뎌 내기 어렵다. 감정이나 정서가 거세게 일어나 누를 수 없다. 때가 지나거나 기울어서 늦다.
* 뭏고 : 모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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