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제야(除夜)

그러한 2014. 12. 31. 14:38

 

 

제야(除夜)

 

김영랑

 

 

제운 밤 촛불이 찌르르 녹아 버린다

못 견디게 무거운 어느 별이 떨어지는가

 

어둑한 골목골목에 수심은 떴다 갈앉았다

제운 맘 이 한밤이 모질기도 하온가

 

희부얀 종이 등불 수집은 걸음걸이

샘물 정히 떠 붓는 안쓰러운 마음결

 

한 해라 긔리운 정을 뭏고 쌓어 흰 그릇에

그대는 이 밤이라 맑으라 비사이다

 

 

 

* 제야(除夜) : =제석(除夕). 섣달 그믐날 밤.

* 제운(←제우다) : ‘겹다’의 방언. 정도나 양이 지나쳐 참거나 견뎌 내기 어렵다. 감정이나 정서가 거세게 일어나 누를 수 없다. 때가 지나거나 기울어서 늦다.

* 뭏고 : 모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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