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두 가지 흐름

그러한 2015. 1. 27. 15:19

 

 

우리는 어두운 심연에서 와서 어두운 심연으로 끝나는데 두 심연 사이의 밝게 빛나는 중간 지대를 삶이라고 한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심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시작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매 순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소리쳤다. <삶의 목표는 죽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저 죽음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고, 구축하고, 물질을 생명으로 바꾸는 투쟁을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매 순간 다시 태어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소리쳤다. <덧없는 인생의 목표는 영원불멸이다!>

 

한시적인 목숨을 갖고 있는 살아 있는 유기체 내부에는 두 가지 흐름이 교차한다.

하나는 창조, 생명, 영원불멸을 향해 위로 올라가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해체, 물질, 죽음으로 내려가는 흐름이다.

이 두 흐름은 원초적 본질이라는 저 깊은 웅덩이에서 유래한다.

삶은 처음에는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것은 법칙 바깥에 있는 것, 자연에 위배되는 것, 저 영원한 검은 샘물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생명 그 자체는 시작이 없고 또 파괴시킬 수 없는 우주의 힘이라고 느낀다.

위로 올라가고 아래로 내려가는, 이 두 상충하는 힘은 성스럽다.

 

따라서 이 두 거대하고 비시간적이고 불멸의 힘을 포용하여 조화시키는 비전을 파악하는것,

그리고 이 비전을 가지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인 것이다.

 

 

- 니코스카잔차키스, <돌의 정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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