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한탄조

그러한 2015. 3. 10. 15:35

 

 

한탄조

 

- 박목월(朴木月)


아즈바님
잔 드이소.
환갑이 낼모랜데
남녀가 어디 있고
상하가 어딨는기요.
분별없이 살아도
허물될 게 없심더.
냇사 치마를 둘렀지만
아즈바님께
술 한 잔 못 권할 게
뭔기요.
북망산 휘오휘오 가고 보면
그것도 한이구머.
아즈바님
내 술 한 잔 드이소.
*
보게 자네,
내 말 들어 보랭이,
자식도 품안에 자식이고
내외도
이부자리 안에 내외지.
야무지게 산들
뾰죽할 거 없고
덤덤하게 살아도
밑질 거 없데이.

주머니 든든하면

술 한 잔 받아 주고

돈 있으면
니 한 잔 또 사 주고
너요 내요 그럴 게 뭐꼬.
거믈거믈 서산에 해 지면
자넨들
지고 갈래, 안고 갈래.
*
시절은 절로
복사꽃도 피고
시절이 좋으면
풍년이 들고
이 사람아 안 그런가.
해 저무는 산을 보면
괜히
눈물 글썽거려지고
오래 살다 보면 살 맛도 덤덤하고
다 그런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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