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그러한 2008. 6. 26. 14:29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 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 류시화

'[쉼-息] > 빈자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것을 알려면  (0) 2008.06.26
어디로 간 걸까  (0) 2008.06.26
짧은 노래  (0) 2008.06.26
나 무  (0) 2008.06.26
돌아가는 길  (0) 2008.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