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詩의 바다

그러한 2008. 6. 28. 13:12

 

 

詩의 바다

 

詩:이형기

 

 

그 나라의 詩人들은
해변 모래판에 詩를 쓴다
이내 파도가 밀려와서
그들의 詩를 모두 지워 버린다
순간의 소멸이다
이윽고 바다가
그 파도를 또한 삼켜 버린다
허구한 날
그렇게 되풀이하다 보니 어느새
멀리 수평선 저쪽까지
검푸르게 詩의 독이 퍼진 바다
詩가 된 바다
그 나라의 詩人들은 해변 모래판에
詩가 아닌 순간의 소멸을 쌓아
바다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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