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숲이 견디고 있는 상처이다
- 김윤배
운길산 수종사 가파른 산다실에 앉아
녹차잔 속으로 양수리 두 물길 부른다
찻잔 휘돌아 나가는 북한강은
담고 왔던 산색 찻잔 속에 남긴다
산색마저 상처로 남는 산다실의 고요
머무르다 떠나는 모든 것들이 상처가 되는 양수리
용수철처럼 강물 튀어오르던 햇살
다실 낭떠러지 아래 세석무지에 스며
세석들 강물 소리 꿈꾸게 하지만 햇살 떠나가면
상처를 알게 될 저 신열의 웅성거림
상수리나무숲 강안까지 밀고 가던 침묵들
우수수 숲을 흔든다 침묵은 상수리나무숲이
견디고 있는 상처이다
가슴으로 날아오르던 새떼들
가을 강에 은박지처럼 누워 있는
붉은 시간 물고 강 하구로 사라지고
강물 소리 상처의 몸 오래 감싸고 있다
이제 내가 양수리를 떠나며
평생 치유되지 않는 상처 남긴다
'[쉼-息] > 빈자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누구인가 (0) | 2008.06.28 |
---|---|
닿고 싶은 곳 (0) | 2008.06.28 |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0) | 2008.06.28 |
버찌는 벚나무 공장에서 만든다 (0) | 2008.06.28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0) | 2008.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