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닿고 싶은 곳

그러한 2008. 6. 28. 14:00

 

닿고 싶은 곳

 

- 최문자

 

나무는 죽을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 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 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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