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그러한 2008. 6. 28. 14:05

 

 

- 오세영

 

 

부서지지 않으면

안 된다. 밀알이여!

고운 흙이

고운 청자를 빚듯

가루가 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은

빵,

한 때 투명했던 이성과 타는 욕망도

고독의 절정에서는 소멸된다.

가장 내밀한 정신의 깊이로

화해되는 물과 불,

빵은 스스로

자신의 이념을 포기하는 까닭에

타인을 사랑할 줄 안다.

마음이 가난한 자의 식탁 위에

외롭게 올려진

한 덩이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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