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識]/위빠사나(명상)

[수완스님]망상이 일어나면 어떻게 관찰할까?

그러한 2008. 7. 18. 14:04

 

Q 빤냐띠(paññatti)와 빠라마타(paramatha)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A 빠라마타는 오온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본 실상이고, 빤냐띠는 오온을 자의식인 알음알이로 반야 없이 본 허상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기 전에 상상으로 맛을 아는 게 빤냐띠, 직접 맛을 보는 게 빠라마타이다. 경행할 때 발의 느낌을 체험 없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의해 이미지화한 환상이 빤냐띠, 4대 요소의 변화를 직접 느낀 사실이 빠라마타이다. 망상할 때 분별심이 스토리를 지어내는 의식의 유희가 빤냐띠이며, 망상 중에도 찰나찰나 무상·고·무아가 보인 진상(眞相)이 빠라마타이다. 빠라마타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스스로 있는 자연스런 모습인 반면, 빤냐띠는 꿈으로 실제 없는 허깨비와 같은 가상(假相)이다. 그러나 빠라마타도 개념인 빤냐띠로 표현할 수밖에 없으며, 인식(想 saññā)은 습관적으로 작용하여 현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의도가 끼어들면 무의식이 의식화되고, 무의식을 의식화하면 이미지가 된다. 그러므로 바싹 붙어서 관찰하지 않으면 에고에 기반을 둔 사념이 확산된다. 이렇게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할 뿐이다. 그렇지만 헛것을 헛것으로 알면 거기에서 본모습이 드러난다. 그때 한번 허상과 실상의 상호 의존성을 살펴보라. 허(虛)와 실(實)은 서로 통한다.


Q 실상(實相)을 보는 순간은?

A ① 좌선할 때는 고통 없는 느낌만 느껴지고 상념이 약해져서 앉아 있음도 의식되지 않는다. 경행할 때도 걷고 있다는 생각 없이 맨 느낌만 느껴져서 사유가 깃들 틈이 없다. 그러다가 언어와 사고(思考)와 시간이 완전히 멈추면 느낌에서 풀려나 모든 걸 스스로 비추는 거울이 된다.

  ② 눈동자가 눈동자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깨어 있음도 의식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만 존재하는 무지의 극치이다. 그래도 각성은 여전하다.

  ③ 감정을 직접 느끼는 순간 그것의 모순이 보여서, 절로 그 감정이 지혜로 전환된다.


Q 관찰할 때 명칭을 붙이기가 힘들다. 그리고 체험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겠다?

A 갓난아기였을 때는 모유를 먹이다가 치아가 돋아나면 이유식을 시작하여 젖을 떼듯이, 주시가 익숙해지면 명칭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테크닉은 장난감과 같아서 아이가 성장하면 장난감은 버리게 마련이고,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서 명칭을 붙이는 순간 명칭 붙인 현상은 이미 달아나고 없다. 만약 당신이 명칭을 붙인다면, 그 의미가 한계를 그어버려서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명칭을 안 붙이면 여러 가지 현상들이 한꺼번에 선명히 다가온다. 그때 그 순간의 앎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서, 굳이 명칭 붙인다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으로 명칭 붙일 수밖에…. 그러다가 만물이 본래 명칭이 없음을 알게 된다. 언어 너머에 있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볼 때는, 체험하고 있다는 의식 자체마저 체험과 체험자를 나누는 행위이므로 그냥 바라보고 비추어보기만 하라.


Q 망상이 일어나면 어떻게 관찰할까?

A ① 노력(viriya)이 약해질 때 망상이 생긴다. 그러므로 악업을 과감히 버리고 선업을 일으켜서 유지하면서 더욱 키우려고 의욕적으로 애쓴다.

  ② 심상(心想)인 망상과 그 대상은 둘 다 영원한 실체가 없는 무상(無常)한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망상이 일어나더라도 즉시 알아차려서 거기에 갈애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다진다.

  ③ 망상에 빠져드는 순간 얼른 알아차려서, ‘아는 마음’이 이를 일깨워주게 한다. 방일하지 않으면 그 낌새가 감지된다. 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전에 얼른 알아차리도록 하라. 

  ④ 항상 심리 상태를 살펴서 망상을 즐기고 있는 마음이나 망상 그 자체를 혐오하는 마음에 습관적으로 이끌리지 말고, 망상을 부정하거나 지우려고도 말고, 그걸 분석하거나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저울질함 없이 자연스레 바라본다. 망상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므로 마음가짐만 바르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⑤ 망상하는 게 옳은지 순간 지혜롭게 주시해서 그 과정을 이해할 때, 망상은 사라진다. 

  ⑥ 그래도 망상이 지속될 땐 망상을 수행 대상으로 삼아서, 망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원인을 알아낸다. 거의 망상하는 자신에 대한 집착 때문에 망상이 이어지지만, 망상하는 이는 내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온을 ‘나’로 착각해서 자아의식을 놓지 못한다.

  ⑦ 가슴 속에서 망상에 따른 느낌이 변하는 것을 약간 의심을 가지고 그 느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라.

  ⑧ 망상과 망상 사이사이에서 정적이 발견되면 어떤 망상이든 끊긴다. 그러나 마음 챙기는 힘이 약하면 끊어졌던 망상이 되살아나므로, 사라지는 끝을 반드시 확인하라.

  ⑨ 망상의 결과를 살짝 엿본다. 한 시간 내내 망상만 해보면 얼마나 심신이 힘들고 해로운지 깨닫게 돼서 망상이 일자마자 끊게 될 것이다.

  ⑩ 수행 주제를 바꾸어서, 수식관(數息觀)으로 집중을 강화한다. 호흡을 강하게 빨리 하거나 숨을 들이쉬고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멈추어서, 몸의 힘으로 극복해보라. 그러나 당신에게 망상을 없애려는 마음이 있을 땐, 그 본성을 놓치게 된다.

  ⑪ 존재하지도 않는 망상과 씨름하지 말고 불성(佛性)을 항상 잊지 마라. 불성을 아는 이는 언제나 있다.

  ⑫ 오직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으면 과거나 미래는 끼어들지 못한다. 진리의 길에서 일순간도 이탈하지 마라.

  ⑬ 생각들에 먹이를 주는 일을 관두고, 거기에 관심을 갖는 걸 멈추라.

  ⑭ 망상을 한번 발보리심인 대비원력(大悲願力)으로 변환해보라.

  ⑮ 같은 상념이 여러 번 반복되면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내시경으로 활용해서, 그 근본 원인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