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봄은

그러한 2008. 8. 28. 13:56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를
눈녹이듯 흐물흐물
녹여버리겠지.


 

- 신동엽, <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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