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너에게로 가는 길

그러한 2011. 11. 9. 17:04

 

너에게로 가는 길

 

- 최 진

 

 

너에게 가는 길.

지금 너에게 가는 길.

지금 너에게 가는 주민센터 50m 앞 길.

 

거뭇하게 분칠한 공책 가득 쌓인 오래 된 문구점,

달달한 향내 졸졸 따라오는 고려당 지나,

주름 잡힌 행복수퍼 3층, 너에게로 가는 길.

 

화딱지 난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들,

소매자락 허연 콧물자국 묻힌 알사탕 같은 아이들을 지나,

행복수퍼 앞 오르막길 어깨 가득 짊어진 너에게로 가는 길.

 

찌는 담뱃재 바람에 옆구리가 서늘해지는

깨진 파아란 소주병 마냥 을씨년스러운 전봇대 색 하늘 아래,

꼭꼭 접은 독촉장 종이 비행기 무겁게 비행하는 이 곳.

 

그래도

돌 틈 사이 민들레 단잠 깨우러 가는

양 손 가득 딱지를 집어들곤

잠자리채로 거뭇한 하늘을 걷어내는

어깨 가득 짐마저 싱글벙글 즐거운 너에게로 가는 길.

 

 

인디고잉(INDIGO+ing)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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