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는 길
- 최 진
너에게 가는 길.
지금 너에게 가는 길.
지금 너에게 가는 주민센터 50m 앞 길.
거뭇하게 분칠한 공책 가득 쌓인 오래 된 문구점,
달달한 향내 졸졸 따라오는 고려당 지나,
주름 잡힌 행복수퍼 3층, 너에게로 가는 길.
화딱지 난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들,
소매자락 허연 콧물자국 묻힌 알사탕 같은 아이들을 지나,
행복수퍼 앞 오르막길 어깨 가득 짊어진 너에게로 가는 길.
찌는 담뱃재 바람에 옆구리가 서늘해지는
깨진 파아란 소주병 마냥 을씨년스러운 전봇대 색 하늘 아래,
꼭꼭 접은 독촉장 종이 비행기 무겁게 비행하는 이 곳.
그래도
돌 틈 사이 민들레 단잠 깨우러 가는
양 손 가득 딱지를 집어들곤
잠자리채로 거뭇한 하늘을 걷어내는
어깨 가득 짐마저 싱글벙글 즐거운 너에게로 가는 길.
인디고잉(INDIGO+ing)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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