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분별을 놓게 되면

그러한 2012. 1. 8. 10:11

 

 

모르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공부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대체로 모른다는 말은 아홉은 알고 하나를 모를 때 나오는 말이라야 하는데,

사실은 열을 알았다 하더라도 정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다만 분별하고, 판단하고, 분해하고,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백 가지 꽃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단 하나의 꽃도 제대로 모른 채

알았다고 하면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죽어가는 것이 인간이다.

자연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알았다고 여기는 인간의 그러한 앎은 한낱 지식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지식이 쌓이면 의문도 쌓이는 법, 결국에는 뭐가 뭔지 모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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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먼저 알아야 한다.

인간의 지식이란 알 수 없는 것을 알았다 여기고 있는 지식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

당연히 분별로 얻게 되는 앎이 싫어질 것이 틀림없다.

분별을 놓게 되면 분별을 떠난 지식이 저절로 솟아난다.

알자,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놓게 되면 알게 될 때가 온다.

초록과 빨강을 구분하면 그 순간부터 진짜 초록과 빨강은 사라진다.

하늘과 땅을 나누면 그 순간 천지는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천지를 알기 위해서는 천지를 나누지 말고 하나로서 보아야 한다.

하늘과 사람은 본래 하나로 융합되어 있다.

통일, 곧 둘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선 천지와 상대하는 인간을 버리는,

자기멸각(滅却)의 길밖에 방법이 없다.

 

 

 

- 후쿠오카 마사노부, <짚 한오라기의 혁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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